오늘은 10월 30일, 여행 2일째 이다.
오늘의 일정은 오로지 하나, 한라산 영실코스 등반이다.
몇개의 한라산 등반 코스 중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무난한 영실코스를 택했다.
과연 오늘 아침 일찍 기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공기 좋은 제주에서 잔 덕인지 모두들 크게 피곤함이나 숙취를 느끼지는 않았다.
호텔 창밖을 보니 퍼런 제주 바다가 조금 보이긴 하는 걸로 봐서 내가 제주에서 하룻밤 잔 것이 확실하다.
우리는 체크 아웃을 하고 호텔 로비 직원 추천 식당인 대선 해장국에서 해장하기로 했다.
오전 9시 반경, 대선 해장국에 입장.
* 대선 해장국 리뷰
http://coolnjazzylife.tistory.com/1951
7천원짜리 선지 해장국을 주문 했는데, 내용물이 아주 실하다.
해장국에 계란을 넣을까 말까 3초쯤 고민하다가 넣어서 먹었는데 걸쭉한 국물이 한층 더 걸쭉해 졌다.
나는 맑은 국물 해장국도 좋지만 걸쭉한 국물 해장국도 아주 좋다.
이 해장국 맛이 너무 좋아서 우리는 '맛있다'를 연발하면서 국물까지 비우게 되었다.
맛있는 해장을 하고 이제 영실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버스 타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할 것 같아서 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해장국 집 앞에서 택시를 타고 영실 매표소에 도착했는데 수많은 차량으로 인해 영실 휴게소까지 진입이 어려워 보여서
영실 매표소에서 내렸다.(택시비는 21,000원)
내리고 나서 살펴 보니 택시는 역시나 영실 휴게소까지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우리나 기사님이나 상황 판단을 잘못한 것이었다.
영실 매표소 근처에 매표소와 휴게소 사이만 왕복하는 택시가 있어서 다시 택시를 타고 영실 휴게소에까지 가기로 했다.(택시비는 7,000원)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한 덕에 몇 천원 정도 손해를 보게 되었는데 여행이 항상 뜻대로 되지는 않기에 그리 맘 상할 필요는 없다.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오전 11시경 영실 휴게소에 도착하였다.
오전 11시경, 제주 조릿대를 따라서 편안한 숲길을 걸으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의 목적지인 윗세오름 대피소까지는 왕복 약 4시간 정도 소요된다는 걸 난 여러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
영실기암이라고 써 있는 표지판을 만났다.
나는 이 일대가 다 병풍바위라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병풍바위 + 영실기암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위 사진이 바로 영실 기암인데 기대했던 단풍은 거의 볼 수가 없어서 좀 실망 스러운 맘이 들었다.
영실기암에서 왼쪽편이 병풍바위 인데 병풍바위 역시 기대했던 단풍을 볼 수가 없다.
바람에 단풍잎이 다 떨어져 버린게 아닌가 생각된다.
빨간 단풍은 볼 수 없지만 파란 하늘이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병풍바위와 영실기암 파노라마 샷.
영실기암과 오백나한에 대한 설명 표지판.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을 보고 싶긴 했는데...
우리가 좀 더 일찍 왔었어야 했나 보다.
사실 단풍의 절정기는 고작 1주일 정도 밖에 안 되는 것 같으니 때를 잘 맞춰야 한다.
살짝 아쉬운 마음은 저 푸른 바다에 날려 버린다.
오름 공화국.
제주는 사실 사람이 주인이 아니라 오름이 주인인 오름 공화국이다.
내가 올라온 길을 되돌아 봤다.
전에 올랐을 땐 이런 나무 데크가 없었는데 이젠 거의 전구간 나무 데크를 설치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영실 코스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작고 예쁜 꽃이 있어서 사진에 담아 봤지만 그 느낌을 거의 살리기 힘들다.
우리는 맘에만 담아 두기엔 너무 아쉬워 무의식적으로 셔터를 누르지만 결국 담을 수 있는 건 별로 없는 것 같다.
고도가 높은 지대에서 구상나무 군락지를 만났는데 아쉽게도 많은 구상나무가 죽어 버렸다.
지구 온난화가 만들어낸 참사인데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참사 인 것이다.
어쩌면 바람에 단풍잎이 떨어진게 아니라 단풍 맞을 나무 조차 말라 버린 모양이다.
이 아름다운 한라산도 지구 온난화의 화를 빗겨 갈 수 없나 보다.
미니어처 모드로 찍어 보니 그래도 몇몇 단풍에 물든 나무들이 돗보인다.
이 사진은 우리가 올라 왔던 길을 미니어처 모드로 촬영한 것.
우리가 올라야 할 길, 저끝에서 우리는 너른 평원인 선작지왓을 만날 것이다.
유일한 비포장 구간인 너덜길을 만났다.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면서 선작지왓과 한라산 화구벽을 만난다.
아름답다!
우리는 이걸 보러 먼길을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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