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5월6일이다. 오늘은 멀 할까 고민하다가 마누깐섬에 가기로 했다.
(사실 나는 용미만투어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마리나 센터 앞의 페리 예약하는 부스로 갔다. 직원이 우리를 알아보며 인사한다. 하이 미스터 팍. ㅋㅋㅋ
울 마눌이 여직원 헤어스타일이 바뀌어서 예쁘다고 하니깐 좋아한다. ㅋㅋㅋ
어느나라든 예쁘다는거 싫어하는 여자 없다.
오늘은 풀 패키지가 아니라 마누깐섬 왕복만 하는걸로 했다.
(transport only, 요렇게 써있다. 왕복요금이다)
페리를 탔다. 전번에 탄 페리보다 좀 큰 페리였다. 선원들(?)이 사진도 찍어주고 아주 친절했다.
마누깐에 도착했다. 능숙하게(벌써 두번째니깐)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그늘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섬에 있는 대여점에서 마스크와 스노클을 빌렸다. 아들 껀 필요 없어서 빌리지 않았다. 마눌이 준비해온
튜브를 불라고 나한테 주었다.
아무리 불어도 불어지지가 않는다. 대략 포기하자니깐 남자가 그것도 못하냐고 하더니
자기가 불기 시작한다. 나보다 낫다.
마눌이 거의 다 불었다. 난 옆에서 공 불었다. ㅋㅋㅋ
죽어라고 튜브 불어 놨더니 아들이 안 가지고 놀겠단다. 에궁.
다행히 아들 설득해서 튜브 가지고 놀게 만들었다.
(어렵게 가져온건데 아깝잖아요. 참 섬엔 튜브 빌려주는데 없다. 사피섬엔 물도 안 팔았다. 음료수는 판다.
리조트에서 첨에 주는 물병에 물 담아서 가져오시믄 된다. 한 두병쯤, 플라스틱 물병 먹고 버리지 마시길)
아들이 첨엔 안 들어갈라구 하더니 막상 들어가니깐 잘 놀았다. 섬에서 일찍 나와서 점심은 리조트에서
해결할 생각이었다.
일찍 나오는 배를 타고 리조트로 향했다. 지자스. 엄청난 폭우가 내린다. 파도도 좀 친다.
배에서 내려 비를 피하고 있는데, 도저히 그칠 기미가 안 보인다. 할수 없이 비를 쫄닥 맞고 뛰었다.
한 오분쯤 뛰었다. 완존히 홀딱 젖었다.
방에 돌아와서 컵라면을 끓였다.
문제는 햇반이었다. 어떻게든 먹고 싶었는데, 커피포트는 너무 작아서 햇반을 넣고 끓일수 없다.
고민끝에 세면대에 햇반을 담그고 뜨거운물을 계속 끓여서 붓기로 했다. 어려웠다. 햇반이 자꾸 떠올랐다...
겨우 겨우 그렇게 해서 개봉해보니 설 익어 있다. 여기에 끓는 물 붓고 기다리니 물 말은 밥이 된다. ㅋㅋㅋ
감격의 순간이다.
볶은 김치와 참치 통조림, 튜브 고추장까지 다 꺼내서 밥을 먹었다. 속이 확 풀어진다.
남은 와인도 한잔하니 알딸딸하다.
나중에 친구한테 들은 얘기인데, 걍 햇반 조금 뜯고 컵라면 끓이듯이 뜨거운 물 붓고 기다리면 물 말은
밥 된단다. 괜히 고생한거다.
비가 어느정도 그쳐서 시내로 택시 타고 나갔다. 중앙시장에 갔다. 망고스틴을 사야지.
망고 밖에 없었다. 망고스틴은 제철이 아니란다. 포기하고, kk플라자에 들렀다. 역시 살게 없어서
대충 구경하고 나왔다.
건물이 이쁘다고 하는 제셀톤 호텔앞에서 사진 한장 찍고, 위즈마 메르데카도 들렀지만 역시 살게 없다.
택시 타고 리조트로 돌아왔다. 멀 먹어야 하나 고민하다. 알프레스코에 갔다.
마침 해피아워라서 또 맥주를 엄청 빨리 먹었다.
피자하나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세사람의 음악인이 각 테이블마다 돌아 다니면서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불러준다.
우리가 흔히 들어본 올드팝이다.
너무 좋았다. 맥주 한잔 한 상태에서 직접 불러주는 올드팝이란. 우리가 열광적으로 박수를 치니깐
한곡 더 불러 줬다.
워우워우우예에 알러브 모덴아이켄세이 ^^
레스토랑을 나와서 우리는 마지막밤을 그냥 보낼순 없다고 생각하고 다시 택시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맥주 한잔을 하러.
워터프론트 앞 야시장에 가서 사테(꼬치구이)를 시키고 위풍당당하게 맥주를 주문했는데.
지자스. 술은 일체 팔지 않는다는 말씀. 음... 사테하고 망고주스만 먹었다.
더 돌아 다닐까 하다 피곤하여 다시 리조트로 귀환하였당.
아. 마지막 밤이다.
또다시 눈부신 아침을 맞이한다.
오늘도 열심히 놀아야 하니 조식을 잘 먹어둔다.
다시 찾은 마누깐.
조용한 마누깐이 맘에 든다.
마누깐에서 만난 귀여운 소녀.
아마 말레이시아 소녀가 아닐까?
해변은 다 이런 산호로 되어있다.
산호가 갈려서 모래가 되었나보다.
리조트로 돌아 오는 길에 엄청난 스콜을 만났다.
엄청난 비에 아들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비에 쫄딱 젖은 상태로 리조트에 돌아와서 라면와 남은 와인을 먹었다.
울 마눌님은 이날 와인의 맛에 눈을 떴다고 한다.
중앙시장에 가 보았지만 망고스틴은 제철이 아니라 살 수가 없었다.
피자집 리틀 이태리.
위즈마 메르데카.
리조트의 지하에 있는 알프스코에 가서 맥주와 피자를 주문하였다.
나와 마눌님은 해피 아워라서 맥주를 폭풍 흡입하였다.
화덕에 구운 듯한 피자는 맛이 좋았다.(우리나라의 피자에 비해 확실히 토핑이 단순했다)
알프레스코에서 세분의 음악가가 올드팝을 즉석 연주해 주셨다.
우리의 열렬한 환호에 특별히 두곡을 연주해 주셨다.
맥주 한잔 하려고 워터 프론트앞 야외 식당에 들러서 사떼와 맥주를 주문하였는데, 술은 팔지 않는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할수 없이 사떼와 과일 주스를 먹는 난감한 시츄에이션이 되었다.
5월 7일이 되었다. 이제 오늘 하루만 지나면 밤비행기를 타고 다시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
오늘은 리조트 시설을 즐기기로 했다. 아침을 먹자마자 수영장으로 향했다.
우리가 간 곳은 마리나 센터쪽 수영장이었다. 아이들이 놀기에 적당한거 같았다.
(수트라하버에는 세군데에 수영장이 있다. 퍼시픽, 마리나센터, 마젤란. 세 군데 수영장 다 나름대로 시설이 좋다.
약간씩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수영장에는 다 bar가 있어서 간단한 안주와 맥주 같을걸 시켜 먹을수 있다.
계산은 나중에 체크아웃할때 하면 된다. 방번호만 적으면 된다. 편리하죠?
하지만, 우리는 바를 이용하지 않았다. 전날 수퍼에서 산 캔맥주와 어포를 먹었다)
난 수영을 잘 못해서 물에 좀 들어가 있다가 나왔다가 하고 울 아들은 여기가 젤 좋다고 물에 들어가서는
나오지 않는다.
물론 울 아들이 하는건 수영이 아니라 노인네들 목욕탕에서 물 끼얹는 수준이다. 그래도 너무 즐거워 한다. 왜 진작
여길 안 왔냐는 눈치다.
애들은 바닷가보다 여기가 좋은가 보다. 파도도 없고, 고기도 없고, 배도 안 타고, 물도 안짜고 등등 이유는 많다.
수영을 잘하는 마눌님은 깊은 쪽에 가서 수영을 한다.
난 아들 노는거 보면서 비치의자(?)에 누워서 맥주만 홀짝 거렸다.
졸리다. 서양애들 이런데서 책 읽고 있는거 보면 참 부럽단 생각이 든다. 한두달씩 와 있으니깐 가능한 일일거다.
한국인은 그럴 시간 없다.
한군데라도 더 돌아 다녀야지. 아마 한국인관광객이 젤 바쁜거 같다. 어딜가나. 나를 포함해서.
점심을 먹을 시간이 왔다. 어제 퍼시픽윙에 있는 실크가든을 예약해 놨다.
실크가든의 점심 딤섬뷔페가 유명하다고 한다.
퍼시픽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갔다. 무지 더운 날씨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뚝뚝 떨어진다.
실크 가든에 들어갔다. 와우! 엄청난 뷔페였다. 한 백여가지는 될거 같은 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딤섬도 먹고, 회도 먹고, 몇 차례 먹은 후에 디저트까지 다 챙겨 먹었다. 정말 푸짐하고 맛있었다.
식당에서 나오는 길에 보니 우리가 점심을 먹은 곳은 실크 가든이 아니라 카페 보레였다.
착각이 빚은 실수인데 우리에겐 딤섬 뷔페보다 카페 보레의 뷔페가 더 나은 선택일 것이다.
신의 한수라고나 할까. ㅋㅋㅋ
점심식사 후 퍼시픽의 수영장을 구경하기로 했다. 괜찮으면 이쪽에서 오후를 보낼까 했다.
퍼시픽 수영장은 자연친화적이고 해변하고도 가까왔다.
그런데, 여기저기 한국말이 들렸다. 왠지 한국사람 많은게 싫었다.
우리는 다시 마리나 센터쪽 수영장으로 향했다.
울 아들 물에 들어가더니 나올생각을 안한다. 저녁때가 다 되어서야 물에서 나왔다. 힘이 쪽 빠진모양이다.
우리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프론트 옆에 '컨씨어지'에 짐을 맡겼다. 다시 택시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마사지나 받을까 하고 아삐아삐 센터에 있는 마사지숍을 어렵게 찾아 갔는데,
이런 이런 오늘밤 9시나 되야 받을수 있단다.
생각한 거보다 너무 작고 초라한 곳이었다. 거의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포기하고 와와산플라자에 갔다.
거기서 열쇠고리 몇개하고 사바티(요건 일종의 홍차 같다) 몇개 샀는데, 카드가 안 된단다.
환전소는 문 닫았고. 할수 없이 사정해서, 달러로 계산했다. 계산하고 나니 남은건 택시비 뿐.
맥주라도 한잔 하려고 맥주집에 갔는데, 카드도 달러도 안 된단다. 할수 없이 포기하고 택시타고
리조트로 돌아왔다.
멀 할까 고민하다. 로비라운지에 갔다. 맥주 시키고 마시면서 기다리는데, 엄청난 모기때문에 오래
있지 못했다.
라운지를 모기 때문에 포기하고 로비쪽에 와서 소파에 앉아서 가이드와의 약속 시간을 기다렸다.
아...지루하다. 가이드와 첨에 같이 왔던 사람들과 로비에서 만나고,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kk공항으로 말씀드리자면, 아무것도 살 것 없고, 아무 것도 먹을 것 없는 우리나라 시외버스터미날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쭉 둘러보았지만 먹을걸 살수가 없어서 걍 콜라만 하나 사서 먹으면서 비행기를 기다렸다. 우울한 시간이 돌아왔다.
이제 비행기타고 한국으로 돌아 가야할 시간이다. 하지만 즐겁고 소중한 추억들을 간직하고 돌아가는거니.
이상으로 허접한 여행기를 마칩니다. 혹시 코타키나발루에 가시면 도움이 될까해서 간간히 설명 넣어서 쓰려고
노력했는데,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코타키나발루는 멋진 자연환경, 훌륭한 리조트, 다소 시골스럽지만 아직 때묻지 않은 소박한 마을과
사람들로 정의 할 수 있겠습니다.
담에 다시 갈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또 한번 꼭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조식은 밥을 든든히 먹어 두기로.
매일 아침 이분이 로비에서 전통 악기를 연주해 주신다.
마리나 센터에 있는 수영장.
사람이 거의 없다. 거의 우리의 독무대.
마눌님과 아들은 수영을 즐기고, 나는 맥주를 즐겼다.
실크가든 인줄 알고 갔던 카페 보레의 뷔페.
말이 필요없다.
수많은 음식 중에서 무얼 먹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지경이다.
아들도 점심 식사가 꽤 흡족한 눈치다.
나오다 보니 카페 보레 였다는 사실에 깜놀.
모든 쇼핑몰이 다 이런 분위기.
우리나라 같으면 한층에 전시할 수 있는 물건을 몇 층에 널어 놓은 분위기.
로비에서 모기 뜯기며서 가이드와 같이 비행기 타고온 분들을 기다렸다.
아마 여행 중 가장 싫은 시간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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