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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2001 설

2020. 2. 11. 댓글 ​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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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설은 너무 빨리 찾아 왔다.

내 기억으로는 1월에 맞는 설은 처음인 것 같다.

1월 23일 친구 두 놈을 만나 오랫만에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1월 24일 나는 느즈막히 일어나 고향에 어떻게 내려가야 할지 궁리를 했다.

이번 설은 아내와 아들이 여행을 갔기에 나 혼자 내려가야 하는데 나 혼자 차를 가지고 가는 것은 너무 번거로운 일이다.

결국 나의 선택은 기차.

용산역에 가면 어떻게든 입석표가 있을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용산역으로 갔는데 다행히도 내 예상이 적중했다.

 

 

용산역에서 기차 입석을 타고 오후 5시쯤 고향에 도착하였다.

고향 집에 가서 미리 와 계시던 큰형, 큰형수님, 작은 형을 만났다.

100년은 묵은 듯한 묵은지 김치찌개와 내가 애정하는 띠운 비지로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마땅히 할 일도 없고 피곤하기도 해서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는데 추위와 건조함 때문에 잠을 많이 설쳤다.

 

 

 

1월 25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큰 형수님이 전을 부치고 계셨다.

원래 전 부치는 건 내 몫의 일인데 올해 설엔 제 몫을 못했다.

 

 

 

제삿상이 준비되는 대로 삼형제가 제사를 지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간소해진 제삿상을 보며 안도를 하였다.

이제 제사 그만 지내고 미사를 드려도 될텐데 누구도 어머니의 오랜 고집을 꺽을 순 없다.

그나마 간소해진 제삿상으로 위로를 받는다.

 

 

 

어머니가 밤잠 설치시면서 끓여낸 양지살 가득한 떡국을 먹으며 비로소 나이 한살 더 먹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두 그릇 먹는다고 나이 두 살 먹는 건 아니니 한 그릇 더 비워 본다.

 

 

 

아침 식사 후 선산을 찾아가 조부모님과 아버지 삼형제께 간단한 절을 드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면 해야 할일은 역시나 먹는 일이다.

개운한 청국장으로 스타트하고.

 

 

 

형수님표 비빕국수로 마무리 했다.

나는 어제밤 잠을 설친 탓에 방바닥과 잠시 조우하게 되었다.

늦은 오후에 작은 누나네 가족과 큰 누나, 큰 매형, 그리고 큰 조카가 차례로 왔다.

즐겁게 인사 나누고 근황도 묻고 그러다 보니 어느덧 저녁 먹을 시간이다.

 

 

 

저녁은 청국장, 갈비, 조기 구이다.

사육 당하지 않기 위해 애써 보지만 맛있는 어머니 음식에 결국 굴욕하고 만다.

모처럼 많은 가족이 모여서 수다를 떨었다.

어머니는 피곤하신데도 불구하고 자식들 떠드는 소리가 좋아서 인지 주무시질 않는다.

밤은 깊어가고 나는 잠을 청했는데 몸이 좋지 않아서 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1월 26일 아침이 되었다.

꾀제제한 꼬라지가 싫어서 근처 목욕탕에 들러서 씻고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표 무국을 맛있게 먹었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작은 형의 차를 얻어타고 서울로 향했다.

서울에 도착한 후에 장인 어른을 만나서 같이 점심 식사를 하고 처남집에 가서 처남도 잠시 만났다.

장인 어른, 처남과 헤어진 후 집으로 돌아 왔는데 역시나 몸이 심상치 않더니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그동안 운동과 담 쌓고 살아온 덕이다.

새해엔 정말 정신 차리고 운동을 좀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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