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월 16일, 월요일이다.
나는 다행히도 어젯밤 처음 두시간 정도는 숙면을 취하고 그후론 끊임없이 뒤척인 모양이다.
어제 나의 체력의 고갈이 오히려 숙면?(비록 두시간 이지만)엔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나저나 밤새 비바람이 거세어서 우리는 일찌감치 친왕봉 일출 감상은 포기 했고,
산행 조차 할 수 있을지 어떨지 걱정되는 상황이었다.
대피소에서 묵었던 분들이 하나 둘씩 빠져 나가셨는데 대부분은 산행을 포기하고 하산하신 모양이다.
우리는 어차피 일출은 포기한 마당이라서 느즈막히 사태를 관망하다가 여차하면 그냥 어제 올라온 길로
하산하기로 했다.
밤새 뒤척거리다가 오전 6시경 밖에 나와봤는데 역시나 비바람이 거세어서 오늘 산행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일단 나온김에 대피소에 붙어 있는 안내문 같은걸 사진에 담아 두었다.(나중에 혹시나 유용할지도 모르니까)
하절기와 동절기의 소등시간이 달랐다.
라면, 햇반, 생수 정도는 구비가 되어 있으니 응급한 상황에선 도움이 되겠다.
그러나, 조리기구(버너, 코펠)는 꼭 가지고 와야 한다.
남부터미널과 원지간 버스에 대한 안내.
이건 백무동 출발 버스 시간표.
마지막으로 지리산 대피소 전화번호.
친구 박군은 밤새 거의 잠을 못 잤다고 하더니 오전 6시경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나는 누워서 뒤치닥 거리다가 오전 7시 반경 박군을 깨워고 짐을 정리한 후에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 아침거리로 누룽지와 라면 정도가 준비 되어 있었는데 우리는 그냥 라면을 먹기로 했다.
오전 8시 10분경 우리는 조조 라면을 맛있게 먹었다.
다행히 비는 거의 잦아 들었고 바람만 심하게 부는 상태가 되었다.
오전 8시 45분경 나와 박군은 산행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천왕봉까지는 1.7km 거리.
혹시나 산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면 다시 이곳 장터목 대피소로 돌아와 어제 올랐던 길로 다시 내려가기로 하고 일단 산행을 시작하였다.
혹시나 하고 준비해간 구스다운 내피와 고어텍스 자켓, 그리고 일회용 우비까지 걸쳤음에도 매서운 강풍에 온몸이 시려 왔다.
특히, 손이 너무 시려워 사진 찍는데 손이 꽁꽁 얼 지경이었다.
비구름과 강풍, 추위로 인해 나는 지체할 시간 없이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과연 오늘 천왕봉을 갈 수 있을런지 의심되는 스산한 날씨였다.
대박 사건! 어제 내린 비에 강풍이 불어서 나무가지 마다 영롱한 얼음꽃이 보석처럼 아름답게 피어났다.
5월 중순에 보는 얼음꽃이라니!
너무나 비현실적인 풍경에 홀리듯 산을 오르고 있는데 박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문득 이 비현실적인 풍경안에 나 혼자 있다는 사실에 약간의 두려움도 느끼게 되었다.
고사목 한그루가 상고대가 핀 풀밭 사이에 우뚝 솟아 있다.
갑자기 구름이 걷히면서 지리산의 능선이 눈 앞에 펼쳐 졌다.
이곳은 제석봉 고사목에 대한 안내 표지판.
바로 이것이 제석봉 고사목.
제석봉 전망대가 보여서 가 봤는데 강풍 때문에 오래 머무를 수가 없었다.
박군이 걱정되기도 하고 나도 두렵기도 해서 박군에게 전화를 해 보니 오고 있다고 한다.
이곳 전망대 근처에서 잠시 기다리니 박군이 왔는데 흥분된 어조로 너무나 멋진 풍광에 매료 되어서 사진 찍다가 뒤쳐졌다고 한다.
* 친구 박군이 촬영한 동영상
잠시 구름이 물러나는 순간을 포착해 보려 했는데 너무나 순식간이어서 제대로 담아 내기가 어려웠다.
이곳 제석봉은 해발 1808m.
여기서 천왕봉까지는 1.1km.
다행히 바람은 많이 약해지고 구름도 많이 걷혔다.
우리는 장터목 대피소로 돌아가지 않아도 될 듯 싶다.
더구나 이런 비현실적 풍경은 기대하지도 못한 특급 보너스다.
고사목 하나도 예술이 되는 이곳 제석봉에서 잠시 머물면서 서로 기념 사진을 찍었다.
구름이 걷히면서 지리산의 아름다운 능선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박군은 제석봉 오르기 전에 구름이 걷히고 지리산 능선이 모습을 드러내는 멋진 풍경을 봤다고 한다.
다행히 동영상으로 기록해 놓은게 있어서 나도 박군이 느낀 감동을 어느정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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