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6월 6일 일요일.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집에만 있기엔 죄스러운 날이다.
제대로 운동하려면 산에 가야 하지만 왠지 산에 가기가 귀찮았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드라이브 & 가벼운 산책을 하기로 했다.
내가 가려는 곳은 김포 전류리 포구라고 오래전 이웃 블로그의 글을 통해 알고 있던
작은 포구다.
아마도 그곳에 가면 숭어회를 저렴한 가격에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전류리 포구에서 숭어회 한 접시 먹고 포구 근처 산책을 할 예정이다.
12시 50분경 김포 전류리 포구에 도착했는데 뭔가 분위기가 썰렁하다.
철책선 너머에 배가 몇 대 있는데 아마 저 철책선 너머가 전류리 포구인 것 같다.
화장실 뒤편에 가건물 같은게 있어 혹시나 하고 들어가 보니 딱 한 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블로그에서 본 것과 너무 다르게 수족관도 보이지 않고 뭔가 이상하다.
어쨋건 숭어 1킬로 12,000원에 회를 떠 주신다고 한다.
* 회 이외에 제공되는 것은 없는 것 같고 근처에 쌈장집도 없는 것 같다.
반대편엔 조금 더 그럴듯한 가건물이 있다.
네이버에서 블로그 글들을 확인해 보니 이 가건물이 메인 건물이다.
그런데 왠일인지 현재는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화장실 뒤편 가건물에서 만난 분의 설명으로는 오늘이 조금이라서 이렇게 썰렁하다는데
그 설명이 좀 이해가 가진 않았다.
아무래도 여러가지 문제로 이곳에서 회를 떠 먹는게 탐탁치 않게 느껴졌다.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근처 강화도의 작은 포구에 가서 회 한접시 먹는 걸로 계획을
수정하였다.
근처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를 사면서 사장님께 여쭤 보니 전류리 포구는 무허가라서
영업 못 한지 오래라고 하신다.
근처에 회를 떠 주는 다른 곳이 있는데 회를 뜨려면 그곳에 가서 뜨라고 알려 주셨다.
편의점 사장님 말씀대로 근처에 이런 회 포장 전문점이 있다.
가까이 가 보니 수족관도 있고 꽤 그럴싸해 보이긴 했다.
그런데 쌈장집이 없기 때문에 길바닥에서 회를 먹어야 할 판이다.
우리는 포장회 먹는 건 포기하고 강화도의 작은 포구를 검색해 보기로 했다.
일단 번잡하고 너무나 상업화된 대명 포구는 룰 아웃이다.
카카오맵을 살펴 보니 초지대교 넘어서 북쪽에는 초지항이 있고, 남쪽에는 황산포구가 있다.
황산포구는 처음 들어 보는 곳인데 뭔가 덜 알려진 곳일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즉흥적으로 황산포구에 가기로 했다.
오후 1시 45분경 독특한 배 모양을 한 황산 어판장에 도착하였다.
일렬로 십여개의 횟집이 나열해 있다.
횟집 이름이 ~호로 끝나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대부분 배를 직접 운영하시는 것 같다.
잠시 몇 군데의 횟집을 둘러 봤는데 호객 행위가 거의 없어서 이 어판장이 맘에 들었다.
횟값도 거의 비슷한 수준인 것 같아서 맘에 드는 물고기 위주로 선택을 하면 될 것 같았다.
여름 광어는 별로고, 우럭은 자주 먹는 물고기이니 뭔가 다른 물고기를 먹고 싶었다.
오늘 원래 먹으려 했던 숭어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어쩌면 내가 못 봤을수도 있다).
신흥호 사장님이 자연산 농어를 5만원에 주신다고 해서 이 횟집을 초이스 했다.
농어 가격은 원래 킬로당 6만원인데 아마 우리가 선택한 농어는 사이즈가 좀 작은가 보다.
역시 실내보다는 야장이다.
더군다나 이런 멋진 풍경이 있다면 무조건 야장이다.
별 기대 없이 들어 왔는데 깔리는 스끼다시가 서울 근교 관광지 치고는 훌륭한 편이다.
혹시 가져온 술을 마셔도 되는지 여쭤 봤는데 흔쾌이 허락해 주셨다.
미안해서 맥주 한병 주문하려 했는데 괜찮다고 하신다.
나는 화이트 와인을 마셨고, 아내는 무알콜 맥주를 마셨다.
잠시 후 오늘의 메인 농어회가 나왔다.
사이즈는 좀 아쉽지만 자연산이라 그런지 잡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담백했다.
우리는 매운탕까지 거하게 먹고 일어섰다.
음식물 찌꺼기를 받아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갈매기들.
나도 몇 점 집어 던져 봤는데 땅에 떨어지기가 무섭게 갈매기들이 받아 먹었다.
항상 드는 생각은 인간이 갈매기를 길들인게 아니라 갈매기가 인간을 길들였다는 것이다.
배를 따라 다니는 새우깡 갈매기처럼.
사실 이곳에 해안 산책로가 있다는 걸 전혀 알지 못하고 왔는데 이렇게 산책로가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다.
우린 어차피 어디든 걸을 예정이었다.
황산포구와 초지대교.
여기는 강화 나들길 8코스라고 한다.
코스 시작 하는 곳에 해당화?가 곱게 피어있다.
멀리서 바라본 황산 어판장.
황산포구에선 꽃게가 잘 잡히나 보다.
해안을 따라 데크길이 놓여있다.
멀리 보이는 다리는 초지대교.
해안 산책로 끝에서 이름도 없는 작은 섬을 만났다.
해안 산책로 끝에 있는 바다 낚시터.
저 작은 섬까지 걸어가려 했는데 뻘이 너무 질어서 포기.
아마도 산길로도 어판장에 돌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잠시 언덕에 올라 보니 언덕 위 전망 좋은 곳에 부부로 보이는 분들이 캠프닉을 마치고 원터치
텐트랑 씨름을 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나도 다음에 이곳에 돗자리라도 피고 잠시 쉬어갔음 좋겠다.
서해바다 치고는 꽤 푸른 바다다.
세월을 낚는 분들.
데크길을 따라 다시 포구로 돌아왔다.
어판장 말고도 요런 횟집이 두어군데 더 있는 것 같다.
숭어회+ 칼국수가 겨우 35,000원이라는 매력적인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다음에 온다면 이렇게 간단하게 먹어도 좋을 것 같다.
강화도는 너무 번잡하고 길도 많이 막혀서 그간 잘 찾아 오지 않았었다.
그런데 강화도 안에도 이렇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포구들이 있다는 걸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
카카오 맵을 보고 이런 숨겨진 포구들을 좀 더 연구해 봐야 겠다.
숭어회나 한접시 먹겠다는 생각으로 떠난 여행에서 뜻밖의 선물을 받은 날이다.
다행히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전혀 막히지 않았다.
강화도의 히든 플레이스를 찾는 다음번 여행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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