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0월 22일 토요일.
무수골 산책을 마친 후 친구 박군과 연락이 닿아 저녁 약속을 잡았다.
오늘 가려고 하는 식당은 오래전부터 고누고 있던 <청계어시장>이라는 노포 횟집이다.
오후 5시 50분경 청계어시장에 도착했는데 내 앞에 두팀이 대기중이었다.
일단 나도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여사장님이 등장하셔서 오늘 일하는 분이 못 나오셔서 내 앞 팀까지만
식사가 가능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씀을 들었다.
어째야 하나 하고 있는데 마침 알바 할아버지?가 등장하셔서 다행히 우리도 기회가 주어졌다.
잠시 기다린 후에 실내로 입장.
주문이라고 할 것도 없다.
자동으로 모듬회 2인이 주문되어졌고 우리는 자리에 앉고서도 또 기다려야 했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9시라고 한다.
도착한지 30분 정도 지나서야 음식을 받을 수 있었다.
여사장님 혼자서 음식을 하시니까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다.
일식집에서 나오는 스끼다시라기 보단 밥반찬 같은 음식이 나왔다.
위에서 부터 새우, 연근조림, 오징어 숙회, 파래무침?, 도라지 나물순이다.
반찬이 하나 하나 다 맛이 좋았다.
특히 연근조림은 연근을 한번 튀긴 후에 다시 조린 것으로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다.
1차로 나온 반찬에 소맥을 마시고 있다 보니 오늘의 메인인 모듬회가 나왔다.
어종은 왼쪽부터 방어, 점성어, 방어, 농어 순이다.
1인 25,000원짜리 모듬회치고 꽤 괜찮은 수준의 회라고 할 수 있다.
이쯤에서 반찬이 다시 리필 되었는데 처음 나온 반찬과 조금 다르다.
연근조림, 계란찜, 참치버무리?, 새우, 굴생채다.
특히 저 굴 생채가 너무 맛이 좋았다.
좋은 음식에 술이 술술 들어간다.
숙성이 잘 된 숙성회도 맛이 좋다.
3번째 반찬 세트가 나오고
네번째 반찬 세트가 등장했다.
네번째 반찬은 총각무 조림과 방어조림이다.
여사장님 손맛이 좋아서 모든 음식이 맛이 좋다.
이제 마무리로 탕을 먹어야 하는데 여사장님은 맑은 탕을 권하셨다.
탕을 끓여 맛을 보니 제피 맛이 나는 것 같았다.
사장님께 제피를 넣은 걸 보니 전라도 출신이시냐고 여쭤 봤는데 제피는 하나도 안 들어갔다고 하신다.
사장님은 이천 출신이시고 아마도 생강을 넣어서 그런 맛이 나는 것 같다고 하신다.
나름 미식가인척 하고 다녔는데 정체가 발각나는 순간이다.
사실 나는 미식가가 절대 아니다.
나는 그저 잡식가일 뿐이다.
좋은 안주에 술이 술술 들어가니 큰 일이다.
너무 맛있게 먹는 우리가 기특했는지 사장님이 우리에게 특별히 점성어 껍질데친 걸 주셨다.
끝까지 감사히 잘 먹고 일어섰다.
기분 좋게 취한 상태로 식당 밖을 나왔는데 어디선가 꿍짝 꿍짝하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나는 곳을 따라가 보니 철공소 골목 어디선가 디제이 쇼가 진행 중이다.
근처에 맥주 파는 곳이 있어서 이게 무슨 행사인지 물어 보니 <을지로 서비스 센터>라는 행사의 일환이라고 한다.
디제잉은 오늘이 끝이라고.
* 커다란 1st 첫즙라거 맥주는 4천원.
을지로 인쇄소 골목은 디제잉에 맞춰 춤을 추는 젊은이들의 클럽으로 변신했다.
클럽이라곤 구경도 못해본 우리는 이 놀라운 광경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젊은 친구들과 함께 즐겼다.
이대로 집에 가기엔 흥이 주체가 되지 않는 밤이다.
그래서 우리는 2차를 가기로 했다.
2차로 갈 곳은 야장 가맥집 <모아식품>이다.
* 디제잉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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