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

2311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다

2023. 11. 14. 댓글 ​ 개
반응형

내가 본 미야자키 하야오의 첫 작품은 <미래소년 코난>이다.

당시에는 이 애니메이션의 감독이 누군지도 전혀 몰랐었다.

그러다가 다시 마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만난 것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다.

이때서야 비로소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감독을 알게 되었고 스튜디오 지브리의 존재도

알게 된 것 같다.

이후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를 영화관에서 봤고 나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스튜디오 지브리의 팬이 되었다.

나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을 역주행 했는데 아마도 내가 구할 수 있는 작품은 다 본 것

같다.

그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천공의 성, 라퓨타>이다.

 

그런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 상영된다고 하니 팬으로서 안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늘(11월 4일) 점심 식사 후 나홀로 직장 근처 영화관에서 직관하였다.

 

보통의 영화라면 그냥 본 걸로 그치겠지만 이 영화는 나만의 영화 후기를 남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간략하게나마 내가 느낀 것을 기록하려 한다.

* 아래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포스터.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11살 소년 마히토는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의 고향으로 간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새로운 보금자리에 적응하느라 힘들어하던 마히토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왜가리 한 마리가 나타나고, 저택에서 일하는 일곱 할멈으로부터 왜가리가 살고 있는 탑에 대한 신비로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마히토는 사라져버린 새엄마 나츠코를 찾기 위해 탑으로 들어가고,

왜가리가 안내하는 대로 이세계(異世界)의 문을 통과하는데!

 

1. 마히토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마히토는 그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런 마히토와 달리 너무나도 태연하게 행복하게 사는 아버지와 새 엄마가 된 이모 나츠코에 대해 마히토는 마음 속 깊은 증오를 가지고 있다. 이런 증오는 결국 자해라는 일종의 복수로 나타났다.

마히토는 나츠코가 숲으로 걸어가는 걸 보고도 아무런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머니가 남겨 준 책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고 심경의 변화가 생겨 나츠코를 찾으러 간다. 마히토가 나츠코를 찾아가면서 성장하는 내용이 이 영화의 전부다.

 

2. 아버지

마히토의 아버지는 군수 공장 사장인데 전쟁으로 인해 오히려 승승장구 중이다. 화재로 아내를 잃었지만 1년도 안돼서 아내의 친동생 나츠코와 결혼하여 아이까지 가졌다. 아버지는 아들의 기분 따위는 고려하지 않고 그저 맹목적으로 잘 해 주면 된다는 식이다. 전형적인 가부장적 아버지를 그리고 있다.

 

3. 낡은 성

현실세계와 이세계를 이어주는 터널로 낡은 성이 사용되었다. 이 성은 원래 하늘에서 떨어진 것인데 큰 할아버지가 그 위에 덧붙여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4. 왜가리

왜가리는 현실세계와 이세계를 이어주는 매개체이다. 미야자키 감독은 새라는 동물이 여러 가지 차원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 들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는 것 같다. 그런데 왜 왜가리가 선택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왜가리는 처음에는 마히토를 위험에 빠뜨리는 사악한 존재로 나오지만, 차츰 마히토에 동화되어 마히토를 돕는 선한 존재로 탈바꿈한다.

 

5. 일곱명의 할머니

마치 백설공주에 나오는 일곱 난쟁이 같은 분위기의 할머니들이다. 그 중 딱 한 할머니 키리코만이 마히토와 이세계에 따라 가서 마히토를 돕게 된다. 이 할머니들은 오랜 세월 음으로 양으로 마히토의 윗 대 가족들을 조력해 주는 존재였을 것이다.

 

6. 이세계

이세계는 땅속 세계다. 이세계가 구체적으로 어떤 세계인지는 잘 모르겠다. 평행우주론에 입각한 다른 세계일 수도 있고, 이승과 저승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중간적인 세계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단순히 마히토의 꿈일 수도 있겠다. 어쨌건 이세계는 큰할아버지가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세계다. 이세계는 몇 명의 인간과 많은 수의 펠리컨, 앵무새, 와라와라, 그리고 소수의 물고기 등이 살고 있다.

 

7. 펠리컨

펠리컨은 와라와라와 사람을 잡아 먹고 사는 존재로 나온다. 죽음에 처한 펠리컨의 말로는 그들은 저주 받아서 먹을 게 거의 없는 이세계에 떨어진 존재라고 한다. 결국 그들도 어쩔 수 없이 살생을 하는 존재일 뿐이지 절대 악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히토는 자기 앞에서 죽은 펠리컨을 묻어 줌으로써 선과 악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를 탈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8. 앵무새

앵무새는 모습은 앵무새지만 날지도 못하고 덩치도 무척 크다. 그들은 사람처럼 무리를 지어 생활하면서 사람을 잡아 먹고 산다. 나는 그들이 음식을 준비하는 장면에서 1960년도 영화 <타임머신>에서 동굴 속에 살며 인간을 잡아먹는 퇴화된 인류가 떠올랐다. 미야자키 감독은 펠리컨과 앵무새를 통해서 탐욕에 가득 찬 인류가 새로 변한 모습을 표현하고자 한 것 같다. 앵무새의 왕은 현실세계의 전범 독재자처럼 그릇된 행위로 인해 결국 이세계를 스스로 파괴하고 만다.

 

3. 어머니와 히미

마히토의 어머니는 병원에서 일하다가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이세계의 어머니 히미는 불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강인한 여성이다. 어린 마츠코가 잘 알지 못했던 현생의 어머니를 이세계의 히미를 통해서 알아 가게 된다. 마지막에 히미는 마히토를 낳기 위해 죽을 줄 알면서도 기꺼이 현실세계로 돌아가게 된다.

 

9. 큰 할아버지

큰 할아버지는 이세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힘 같은 존재다. 힌두교로 치면 브리흐마나 비슈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완벽하고 이상적인 세계를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그가 만든 세상은 그리 평온해 보이지 않는다. 큰 할아버지는 마히토가 대를 이어 이세계의 질서를 유지해 주길 원했지만 마히토는 이를 거절하고 현실세계로 돌아간다. BTS 노래 가사처럼 세계의 평화, 거대한 질서보다는 어렵고 복잡하고 힘들지라도 현실세계로 돌아가고자 한 것이다. 또한 가업을 잇는 것에 목숨을 거는 일본의 관습을 어겼다는 점에서 마히토의 결단이 돋보였다.

 

10. 영화 후반의 마히토

마히토는 이세계를 유랑하면서 정신적으로 성숙해 나간다. 선악의 이분법적 사고를 탈피하고 아버지와 나츠코도 포용하게 된다. 또한 사람도 아닌 왜가리를 친구로 받아들인다. 마히토는 완벽한 세상은 존재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현실세계에서 자신의 삶을 이전 과는 다르게 살아갈 것이다.

 

11. 미야자키 감독

영화를 본 후 유튜브에 나온 해설을 보니 이 영화는 미야자키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많이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미야자키 감독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영화를 만들고 과연 자신이 잘 살아 왔는지 자신의 삶의 방식이 어땠는지 관객들에게 물어 보는 것 같다.

 

12. 마지막으로

난해하다, 재미없다라는 평을 보고 영화를 보러 갔다. 내가 보기엔 좀 난해한 부분은 있었지만 지루하진 않았다. 영화관을 나설 때까지는 이 영화의 스토리라든가 의도가 잘 이해가 가진 않았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느 정도 나름의 정리가 되었다.

역시 직접 보길 잘했다.

그동안 혼자 영화 본적이 없었는데 이 영화는 내가 혼자 본 첫 영화가 되었다.

이 영화가 미야자키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니 뭔가 착잡한 심정도 들었다.

미야자키 감독을 잇는 훌륭한 애니메이션 감독이 배출되었으면 좋겠다.

 

반응형

댓글